[BOK]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글로벌 가치사슬(GVC)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 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그 이후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축소·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이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전·후방연계 GVC 참여도, GVC 생산길이, GVC 위치지수, 수출다각화 지수 등 다양한 지표를 이용하여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살 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후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분석 결과 2010년대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성장이 정체되었으며 특히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부정적인 충격으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충격 중에서도 주로 보호무역주의 확대, 자국우선주의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길이가 짧아지고 가치사슬의 다각화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이러한 가치사슬의 축소에 기여하였지만 그 크기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충격보 다 지속성이 높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GVC 연계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별로 비교하여 알아보면 저
기술 제조업보다는 고기술 제조업의 수출 증대효과가 컸으며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수출 증대효과가 컸다. 다만 시기별(2010년대를 전반과 후반)로 나누어 보면 2010년대 전반에 비해 후반에 수출 증대효과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후반 발생하였던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와 물류 정체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우리 수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 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전방연계보다는 후방연계를 통한 영향이 컸다. 이는 우리 수출이 해외 투입요소에 많이 의존함에 따라 전세계적으 로 이루어진 봉쇄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의 분석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글로 벌 가치사슬을 통한 부정적인 충격의 전이효과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공급의 다각화를 통해 대체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고기술 제조업이나 사업서비스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가 우리 수출을 증대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므로 해당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활성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비(非)시장 경제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우방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향후 글로벌 가치사슬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수립 할 필요가 있다.